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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게 힘이다/사회

바다의 은빛 제국: 참치, 인류의 식탁을 지배하기까지의 이야기

by soros2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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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흙수저와 금수저 두 얼굴의 비밀

참치는 저렴한 통조림과 수십억을 호가하는 최고급 횟감이라는 극과 극의 얼굴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기술전쟁,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숨어있습니다. 지금부터 바다의 제왕, 참치의 기막힌 반전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찬장을 든든하게 지키는 참치캔과 최고의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참다랑어 뱃살.

전쟁이 낳은 발명품, 참치 통조림

참치의 대중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세기 나폴레옹은 군대의 식량 보급을 위해 식품 장기 보존 기술을 공모했고, 이때 '병조림'이 탄생했습니다.

이 기술은 바다 건너 미국으로 넘어가 1903년, 정어리 대신 잡힌 참치를 통조림으로 만들면서 역사를 바꿨습니다. 닭고기처럼 담백한 맛에 '바다의 닭고기(Chicken of the Sea)'라는 별명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죠.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며 저렴하고 영양가 높은 군납 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전쟁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미국인의 식탁을 점령했습니다.


나폴레옹의 공모전에서 시작해 세계대전 군용 식량을 거쳐 대중적인 통조림이 되기까지의 참치캔 역사 인포그래픽.

K-참치 신화를 쓴 두 명의 캡틴

한국의 참치 역사는 두 거인, 동원사조가 이끌었습니다.

동원의 '캡틴 킴' 김재철 회장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입니다. 그는 "국민소득 2천 달러가 넘으면 참치가 대중화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1982년 한국 최초의 참치캔 '동원참치'를 출시했습니다. 초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그가 퍼뜨린 '참치 김치찌개' 레시피는 신의 한 수가 되어, 참치캔을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만들었습니다.

참치 김치찌개 레시피로 한국인의 밥상을 평정한 동원참치.

반면 사조주진우 회장은 전략가였습니다. 그는 위기에 빠진 여러 식품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그룹의 규모를 키우는 전략으로 K-참치 신화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습니다.

고양이도 외면하던 뱃살, 미식의 황제가 되다

지금은 한 점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오도로(참치 뱃살). 하지만 100년 전 일본에서는 기름이 많아 쉽게 상한다며 '고양이도 거르는 부위'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 천덕꾸러기의 운명을 바꾼 것은 바로 '급속 냉동 기술''콜드체인(저온 유통)'이었습니다. 영하 60도로 참치를 얼리자, 부패의 원인이었던 지방이 오히려 고소한 풍미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의 단점이 기술 덕분에 최고의 장점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죠.

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미식의 결정체, 오도로 스시.

바다의 포르쉐를 길들이다, 참치 양식

폭발적인 수요는 결국 자원 고갈 문제를 낳았습니다. 인류는 참치를 잡는 '사냥꾼'에서 기르는 '농부'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일본 긴키대학이 뛰어들었고, 무려 32년의 연구 끝에 2002년 세계 최초로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합니다. 인공 부화시킨 치어를 길러 다시 알을 낳게 하는, 완벽한 순환 사이클을 만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참치를 위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32년의 연구 끝에 성공한 긴키대학의 완전양식 참다랑어.

이처럼 작은 참치캔 하나에는 인류의 문명, 기술, 그리고 미래를 향한 고민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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