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어떻게 브릭스와의 새로운 갈등을 낳았나?
'미국 우선주의'라는 칼날이 다극화 시대를 연 브릭스를 겨누면서 시작된 경제 전쟁의 전말과 그 지정학적 파장
서론: 포문을 연 선전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은 전 세계 지정학 무대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의 정책 중에서도 특히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대한 공세적 입장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위협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과 다른 세계관의 정면충돌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와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미국 달러의 패권에 도전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위협했습니다. 이는 브릭스의 경제 다각화 노력을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닌,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로 규정하는 파격적인 선언이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브릭스를 "빠르게 사라져가는 작은 그룹"이라 폄하하며, 만약 브릭스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형성된다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조롱 섞인 경고를 날렸습니다.
이러한 발언들은 즉흥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그의 핵심 국정 철학에 깊이 뿌리내린 전략적 판단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상을 잠재적 파트너가 아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통합된 지정학적 위협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주 무기로 '관세'라는 경제적 수단을 선택했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브릭스의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던 이전 시대와 결별하고, 노골적인 대립과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본 분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브릭스를 향해 펼쳤던 공세적 정책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구체적인 사례,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전 지구적 파장을 심층적으로 추적하고자 합니다.
1부: 격동의 세계 - 브릭스의 부상과 낡은 질서
트럼프 시대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브릭스는 트럼프라는 변수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세계 무대의 중요한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브릭스의 탄생과 야망: 투자 용어에서 정치 블록으로
브릭스(BRICS)라는 용어는 2001년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잠재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투자 용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단순한 경제 성장 잠재력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서방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브릭스가 정치적 실체로 뭉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9년, 4개국 정상들은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브릭(BRIC)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기존의 국제기구, 즉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거버넌스를 개혁하고,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글로벌 기축 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달러 패권에 대한 최초의 집단적 도전이었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며 브릭스는 현재의 'BRICS'가 되었고, 2024년에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이 대거 합류하며 '브릭스 플러스' 체제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확장으로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5%, 구매력 평가(PPP) 기준 세계 GDP의 35% 이상, 그리고 세계 석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 블록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들의 야망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브릭스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과 위기대응기금(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 CRA)을 설립했습니다. 이는 각각 세계은행과 IMF의 대안을 표방하며, 서방의 정치적 조건 없이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및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NDB와 CRA의 설립은 브릭스가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구축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브릭스 부상의 근본 동력: '안전한 피난처'를 향한 열망
브릭스의 부상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 대한 반작용이었습니다. 특히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처럼 서방의 경제 제재에 시달리던 국가들에게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은 단순한 경제 표준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 정책을 강제하는 강력한 '무기'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브릭스는 미국의 외교적,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안전한 피난처(safe harbor)'로 여겨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위기의 진원지가 바로 미국과 유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서방 주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큰 흠집을 냈고, 많은 신흥국들이 독자적인 경제적 생존 전략을 모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브릭스가 추진한 NDB 설립과 탈달러화(de-dollarization)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자국의 경제 주권을 확보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매우 현실적이고 방어적인 조치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트럼프 시대의 갈등을 분석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정책은 이미 불만과 대안 모색의 열기로 가득 찬 땅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그는 반(反)패권 정서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그 정서를 폭발적으로 증폭시키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신중한 관여와 영향력 상실
트럼프 행정부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브릭스의 부상을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며 신중한 관여 정책을 펼쳤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G2'로 격상시켜 기후 변화나 금융 위기 같은 글로벌 현안을 함께 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부상하는 강대국을 기존 질서 안으로 포섭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종종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중국은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G2 구상을 사실상 거절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이후 선보인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전략은 중국 입장에서 자국을 포위하려는 군사적 시도로 비춰졌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 당시 유엔에서 미국의 비난 결의안에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이 모두 기권하는 등 브릭스는 주요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브릭스를 하나의 통합된 실체로 다루기보다는 각 회원국과 개별적인 양자 관계를 맺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브릭스의 집단적 정체성 강화를 막지 못했고, 일부 분석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브릭스 내에서 "친구와 영향력을 잃었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부터 미국과 브릭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과 견제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이 균열을 더욱 깊고 넓게 파고들었던 것입니다.
2부: 트럼프 독트린 -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다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이는 단순한 선거 구호를 넘어, 전후 70년간 미국이 유지해 온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혁명적 세계관이었습니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무역 정책의 목적을 상호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닌,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쟁국을 굴복시키기 위한 무기로 재정의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철학: 착취당한 거인의 분노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논리는 미국이 그동안 불공정한 무역 협정과 과도한 동맹 방위비 부담으로 인해 다른 나라들에게 '착취당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마셜플랜 이후 세계의 재건을 돕고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자국의 제조업 희생을 감수했지만, 그 결과 돌아온 것은 막대한 무역 적자와 텅 빈 공장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우선주의'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첫째, 해외로 나간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고(reshoring), 둘째, 다자 협정을 폐기하고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한 양자 협상을 통해 무역 적자를 해소하며, 셋째, 미국의 주권을 제약하는 모든 국제기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관세는 낡은 보호무역주의의 유물이 아니라,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이익을 되찾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정당한 수단이었습니다.
나바로 독트린: 무역 전쟁의 설계자

이러한 트럼프의 신념에 이론적 틀을 제공한 인물이 바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었습니다. 경제학계에서 비주류로 평가받던 그는 자신의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 등을 통해 일관된 주장을 펼쳤습니다.
나바로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 중국은 적이다: 그는 중국이 지적 재산권 절도, 불법 보조금, 환율 조작, 저임금 노동 착취 등 온갖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산업 기반을 파괴하는 '경제 침략자'라고 규정했습니다.
- 무역 적자는 국부 유출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무역수지를 복합적인 경제 현상으로 보지만, 나바로는 이를 단순한 덧셈과 뺄셈의 문제로 치환했습니다. 그에게 무역 적자는 GDP에서 그대로 빠져나가는 순손실이며, 이는 곧 미국의 부가 중국과 같은 경쟁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 관세는 해롭지 않다: 그는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통설을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오히려 관세는 외국 수출업자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스스로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하는 효과적인 협상 도구라고 주장했습니다.
- 안보와 경제는 하나다: 나바로는 값싼 중국산 제품을 사는 행위가 결국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돕는 이적 행위와 같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자립이 곧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나바로 독트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에 대한 명분과 논리를 제공했습니다. 비록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그의 주장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실패가 증명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망령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길을 주저 없이 걸어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러한 경고는 무시되었습니다.
관세의 숨겨진 목적: 경제 전략인가, 포퓰리즘 정치인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비합리적인지에 대한 비판은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면 왜 이 정책은 그토록 강력한 정치적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관세의 경제적 효과가 아닌, 정치적 기능에서 찾아야 합니다.
트럼프의 관세는 경제 전략이라기보다는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 도구였습니다. 관세 부과는 '미국을 배신한 부패한 엘리트'와 '미국을 착취하는 외부의 적'에 맞서 '위대한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강력한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서사 안에서 관세는 복잡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통제권을 되찾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행위, 즉 '빈 기표(empty signifier)'가 되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현실과 정치적 전략 사이의 괴리를 설명해 줍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경제에 해롭다고 경고한 정책을 고수한 이유는, 그 정책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보다 '러스트 벨트'와 같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부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즉, 관세의 진짜 목표는 무역수지 개선이 아니라, 정치적 동력이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트럼프 시대의 광적인 관세 전쟁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습니다.
3부: 분쟁의 최전선 - 경제적 국가경영 사례 연구
트럼프 행정부의 브릭스를 향한 공세는 추상적인 위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각국의 약점을 정밀하게 겨냥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제 전쟁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핵심 브릭스 국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의 '관세 무기'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 사례들은 '미국 우선주의'가 실제 국제 관계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A. 십자포화 속의 용: 중국과의 전면전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서 가장 크고 상징적인 목표는 단연 중국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 적자 해소가 명분이었지만, 전쟁의 본질은 21세기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기술 전쟁'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과녁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였습니다.
전쟁의 서막과 전개
전쟁은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이후 양국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서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한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는 관세 그 자체가 아니라,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이었습니다.

2019년 5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통신장비 거인 화웨이(Huawei)와 그 계열사들을 이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 아래,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포함한 미국 기술과 부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였습니다. 이는 화웨이의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적으로 타격하여 첨단 스마트폰과 5G 장비 생산에 치명타를 입히려는 의도였습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 숨겨진 '스파이 칩'이나 백도어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하며 동맹국들의 화웨이 배제 동참을 압박했습니다.
전쟁의 결과와 영향
미중 무역 전쟁은 양국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았고,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던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 혼란과 비용 증가를 겪어야 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도체 국산화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더 중요한 지정학적 결과는, 이 무역 전쟁을 계기로 워싱턴에서는 '중국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체제적 라이벌'이라는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트럼프 이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으로 용어는 바뀌었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기조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결국 트럼프의 대중국 전면전은 양국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경쟁 구도로 밀어 넣었습니다.
B. 정치적 관세: 보우소나루를 위한 브라질 압박
브라질의 사례는 트럼프가 무역 정책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입니다. 이 갈등의 원인은 경제가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순전히 정치, 즉 트럼프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유대 관계였습니다.
전례 없는 위협
트럼프는 브라질 정부가 쿠데타 모의 혐의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재판하는 것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며,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브라질산 수입품 전체에 50%라는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동원한 조치로, 브라질의 사법 절차를 미국의 '이례적이고 이상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전례 없는 논리를 폈습니다. 심지어 미국 재무부는 보우소나루 사건을 담당하는 브라질 연방대법관을 직접 제재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브라질의 반발과 지정학적 함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의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주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브라질은 주권 국가이며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맞불 관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파장은 컸습니다. 룰라 대통령의 외교 정책 고문인 세우수 아모링은 "트럼프의 공격이 오히려 브릭스와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이 브라질로 하여금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다자주의와 브릭스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음을 시사합니다. 브라질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논리와 국익 계산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직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역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어떻게 사유화할 수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C. 시장 접근 압박: 인도를 길들이다
인도에 대한 트럼프의 공세는 중국처럼 전면전의 양상은 아니었지만, 미국의 힘을 이용해 완고한 보호주의 시장을 강제로 열려는 '압박과 길들이기' 전략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트럼프는 인도를 "관세 왕(tariff king)"이라고 부르며, 특히 농산물, 유제품, 의료기기 등 미국 기업의 접근이 어려웠던 분야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GSP 지위 박탈이라는 무기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핵심 무기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지위 박탈이었습니다. GSP는 미국이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특정 품목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인도는 GSP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였습니다. 2019년 6월, 미국은 인도가 미국 기업들에게 '공정하고 합당한 시장 접근'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도의 GSP 지위를 중단시켰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연간 6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인도산 수출품이 무관세 혜택을 잃고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었습니다. 특히 섬유, 가죽, 엔지니어링 제품 등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인도 내에서 상당한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인도의 대응과 힘의 불균형
인도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즉각 반발하며 아몬드, 사과 등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강한 경제적 유대를 계속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등, 전면적인 갈등 확산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양국 간의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도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면서도, 최대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 파탄을 감수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인도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가 GSP와 같은 기존의 우호적인 무역 제도를 어떻게 압박의 지렛대로 전환시켜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라 할지라도 '미국 우선주의'의 경제적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언제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였습니다.
D. 충성심 테스트: 브릭스 연대에 대한 남아공 '응징'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경제적, 정치적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입니다. 미국은 남아공의 토지 개혁 정책(백인 소유 토지 무상 몰수), 흑인 경제 육성 정책(BEE),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제소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남아공이 브릭스 회원국으로서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기저에 깔려 있었습니다.
AGOA 무력화 위협
트럼프 행정부는 남아공산 제품에 3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의 혜택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였습니다. AGOA를 통해 남아공의 자동차, 농산물 등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협은 '원조 대신 무역(trade not aid)'을 내세운 트럼프의 대아프리카 정책의 일환이었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이를 사실상의 '경제 전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위협만으로도 남아공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동차 및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강요된 선택: 다각화의 길
남아공은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가스 구매, 농산물 시장 개방 등 양보안을 제시하며 필사적인 협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은 남아공에게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남아공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 아시아 및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했습니다.
남아공 사례는 트럼프의 정책이 어떻게 전통적인 우방국마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도록 만들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국가들이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해 지정학적, 경제적 '보험'을 들기 위해 브릭스와 같은 대안적 플랫폼에 더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국가 | 주요 조치 및 명분 | 핵심 영향 및 결과 |
|---|---|---|
| 중국 | 불공정 무역, 기술 패권 도전을 명분으로 301조 관세 부과 및 화웨이 등 기술 기업 제재 | 공급망 혼란과 기술 자립 가속화. 미중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경쟁 구도로 전환됨 |
| 브라질 | 동맹(보우소나루)에 대한 정치적 박해를 명분으로 50% 전면 관세 위협 및 사법부 인사 제재 | 주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반발과 반미 감정 고조. 브릭스 내 결속 강화의 계기가 됨 |
| 인도 | 높은 관세 장벽과 시장 접근 제한을 이유로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수혜국 지위 박탈 | 섬유·제조업 등 수출 타격. 미국과의 파트너십에 긴장이 조성되었으나 힘의 불균형 속 협상 모색 |
| 남아공 | 토지개혁, 반미 외교 노선을 문제 삼아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혜택을 무력화하는 30% 관세 위협 | 핵심 산업 위기와 대미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 고조. 수출 시장 다변화 및 브릭스 연대 강화 필요성 대두 |
|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및 서방 제재망 와해 시도를 명분으로 기존 제재 강화 및 추가 관세 위협 | 금융 시스템 고립 심화. 반서방 노선 강화 및 중국과의 밀착, 브릭스를 통한 제재 우회로 모색 |
분열된 브릭스를 하나로 묶은 역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중요한 지정학적 함의가 있습니다. 본래 브릭스는 내부적으로 많은 이질성과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 집단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로 대립하고, 민주주의 국가(브라질, 인도, 남아공)와 권위주의 국가(중국, 러시아) 간의 정치 체제 차이도 큽니다. 탈달러화에 대한 입장도, 러시아와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다른 회원국들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등 온도 차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공세는 역설적으로 이 분열된 집단에 강력한 외부의 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는 중국을 무역으로, 브라질을 주권 문제로, 인도를 시장 접근성으로, 남아공을 정치적 정렬로, 러시아를 제재로 각각 공격했습니다. 그는 브릭스를 하나의 적대적인 블록으로 취급했고, 그 결과 브릭스는 적어도 수사적으로는 정말 하나의 블록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릭스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일방주의적 조치'와 '보호무역주의'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결국 트럼프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방식의 개별 압박 전략은 의도와 달리, 공격 대상들의 다자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룰라나 푸틴 같은 지도자들이 브릭스를 '강압적인 패권에 맞서는 새로운 비동맹 운동의 선두 주자'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을 제공해주었습니다.
4부: 의도치 않은 동맹 - 트럼프 정책이 탈달러화를 가속하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가장 큰 역설은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그의 위협이 오히려 브릭스의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의제를 가속화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달러의 지배력을 수호하려던 그의 행동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위협이 촉매제가 되다

트럼프는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반복했습니다. 그의 의도는 브릭스의 이탈을 막는 것이었겠지만, 국제 사회는 이 위협을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자국 통화의 지배력을 언제든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위협은 단순한 억지력이 아니라, 달러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은 탈달러화를 모색하던 국가들에게 강력한 명분과 시급성을 부여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미 양국 간 무역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결제를 늘리고 있었고, 트럼프의 위협은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정당화하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브릭스의 구체적인 대응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브릭스 정상들은 정상회의 등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한 무역 결제를 확대하자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브릭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우회하기 위한 대안 시스템 구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릭스 페이(BRICS PAY)'나 '브릭스 브리지(BRICS Bridge)'와 같은 구상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진행 중이던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0%를 상회했지만, 2020년대 들어 60% 아래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SWIFT에서 퇴출시킨 사건은, 달러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한 국가의 경제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는 실존적 위협임을 모든 국가에 보여주었습니다.
대안을 위한 '시장'을 창출한 트럼프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는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신뢰,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기둥 위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 세 가지 기둥을 모두 흔들었습니다.
- 신뢰의 붕괴: 그는 무역 협상을 국내 정치(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재판)와 연계했고, 동맹국들에게도 예고 없이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국제 규범보다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 안정성의 훼손: 그의 예측 불가능한 트윗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금융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이는 달러 기반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 예측 가능성의 상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정책은 일관된 전략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변덕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 국가와 기업들에게 엄청난 불확실성을 안겨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행동은 탈달러화를 위한 '비즈니스 케이스'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는 달러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더 이상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 시스템으로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정치적 변덕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치명적인 취약점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현 시스템은 신뢰할 수 없으며, 우리만의 새로운 다극적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논거가 되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그는 중국 위안화와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홍보하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된 셈입니다.
5부: 비용 청구서 -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상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브릭스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자신과 그가 경멸했던 다자무역체제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는 데이터로 증명되는 명백한 경제적 손실과 되돌리기 힘든 지정학적 균열을 동시에 초래했습니다.
브릭스와 미국 경제에 미친 충격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같은 유수의 연구기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경제적 피해를 일관되게 경고했습니다. PIIE의 분석에 따르면, 만약 트럼프가 브릭스 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된 모든 국가의 GDP는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상승하는 '패자만 있는 게임'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특히 이 시나리오 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말기 미국의 GDP는 관세가 없었을 때보다 4,320억 달러 감소하고, 물가는 1.6%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충격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은 GDP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세계은행의 또 다른 연구는 미중 무역 전쟁이 이미 중국의 GDP를 0.29%, 미국의 GDP를 0.08% 감소시키는 실질 소득 손실을 초래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관세 전쟁이 결코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다자무역체제의 훼손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여 만든 다자무역체제 그 자체였습니다.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규칙 기반의 다자주의를 경멸하고, 오직 힘의 논리에 기반한 양자 협상만을 신뢰했습니다.
그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면서 WTO 규범을 우회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남용했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도 자의적인 이유로 보호무역 장벽을 쌓을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WTO의 분쟁 해결 기능을 마비시켰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글로벌 무역 환경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내는 세금"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는 관세 비용의 거의 전부를 미국 수입업자들이 부담했으며, 이는 결국 더 높은 가격의 형태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가구는 연간 평균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또한, 수입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재고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관세는 평범한 미국 시민과 기업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이는 관세가 본질적으로 자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결론: 불안정한 세계 - 갈등의 유산과 앞으로의 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공세는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급진적인 단절을 의미했습니다. 그의 정책은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동맹 체제와 다자주의 규범을 뒤흔들었으며,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더 분열되고, 더 경쟁적이며, 더 다극화된 세계의 출현을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트럼프가 남긴 유산은 명확합니다. 첫째, 그는 미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경쟁 구도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무역 전쟁과 기술 통제는 워싱턴에 '중국 위협론'이라는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승되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거친 '디커플링'을 보다 정교한 '디리스킹'과 핵심 기술에 대한 '작은 마당, 높은 담(small yard, high fence)' 전략으로 다듬었지만, 중국을 핵심 경쟁자로 간주하는 근본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그는 다자무역체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WTO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일방주의적 관세 조치를 정당화함으로써, 그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독을 풀었습니다.
셋째, 그는 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미국 주도 질서의 위험성을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정책은 달러 패권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탈달러화와 대안적 금융 시스템 구축 논의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했습니다.
미래를 전망할 때, 트럼프 2기의 등장은 이러한 갈등 구도를 극단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는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등 1기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는 브릭스 국가들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까지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 전쟁의 확전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국은 미국의 정치적 변덕에 대비해 지정학적, 경제적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브릭스가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 그리고 공동의 비전 부재 등은 브릭스가 넘어야 할 높은 산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공세는 이질적인 국가들의 모임이었던 브릭스에 '외부의 적'이라는 강력한 통일 서사를 제공했습니다. 그가 촉발한 관세 전쟁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21세기 국제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새로운 갈등의 시대, 그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으며, 그 불안정한 변화의 중심에 트럼프와 브릭스의 대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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